나란 사람, 나이 먹고 체력이 모자라 웨이팅이니 오픈런이니 정말 잘 안 하는 사람..
근데 마침 국립박물관에서 5월 말까지 라인프렌즈 콜라보로 브라운 반가사유상 전시를 한다지 뭐야.
오 귀엽다.. 하면서 반가사유곰과 돈까스 얘기를 단톡방에 툭 던졌는데, 한 친구가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줌.
과카몰리치즈돈까스가 아주 끌린다고 했음.
그리고 쿵짝이 맞아 토요일에 가기로 함.
처음엔 '돈까스 못 먹어도 괜찮다, 옆에 정원분식 가자, 그것도 못하면 다른 거 먹어도 된다' 등등 마음을 아주 편히 먹었음.
근데, 기왕 가는 거 오픈런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싹 치고 올라옴.
"우리.. 미친 척하고 오픈런 해 볼래?"
"ㄱㄱ"
사당역에 9시45분쯤인가.. 50분인가 도착해서, 이수역까지 걸어갔더니 10시.
분명 어딘지 모르는데, 걷다보면 '아, 저기가 돈까스 집이구나'하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음.
사람들이 줄을 쫙 서있어요.
대기명단 찍으려고 나도 줄을 섰음.
"여기서부터 3~4시간 걸립니다!!"
워.
그렇게 내가 아침 10시에 받은 번호. 84번.
100번 안에 들어갔다고 엄청 좋아함.
그렇게 마음 편히, 박물관 가서 곰돌이도 구경하고~ 커피도 마시고~ 대형 괘불탱도 보고~ 뮤지엄샵도 보고~
4n명쯤 남았을 때 다시 가게로 출발.
돌아오니 2시가 안 됐는데 아직도 2n명인가 남음.
너무 빨리 돌아와 버린 것이에요...
배가 너무 고파... 근데 여기서 뭘 먹으면 말짱 꽝이 될 거 같아... 버텨...
그렇게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3시 넘어서 들어감.
블로그에서 봤던 5시간 대기를 내가 겪은 것이어요.
아 맞다. 이 날 쯔양님 계심!
문득 가게쪽으로 고개 돌렸는데, 유니폼 아닌 옷을 입고 있는 누군가가 창 쪽으로 다가와서 보니까 쯔양이어써..!!!
"어엌..!! 야, 쯔얔.. 쯔양..!! 대박..!!"
"나 무슨 연예인 본 기분이야..!!!"
이러면서 친구랑 밖에서는 유난 다 떨어놓고, 정작 안에 들어가서는 조용히 밥만 먹고 나옴...ㅎㅎ
나 생각보다 수줍음 많아서 사진 찍어 달라는 말 못해...ㅎㅎ
아니 다른 손님들도 다들 조용히 드시기도 하고..
사장님도 구석에 조용히 계시면서 일 하니까는..
물론 사진 찍어달라면 친절히 찍어주심. 다른 손님이 하는 거 내가 봄.
아무튼, 먹고 싶었던 치즈돈까스는 이미 없었음.
이거 먹으러 간 건데... 치돈이 없어....ㅠㅠ
왕돈까스랑 새우튀김이랑, 냉라면 시킴.
검색하는데 냉라면은 아무도 안 먹었는지 정보가 없고..
도전하는 거 좋아하는 내가 시켰음.
튀김 냄새 너무 황홀했고.. 소스냄새 너무 행복했고...
이게 9800원이라니.. 봐도봐도 놀랍고...
짱 큼.
다들 하는 손 비교샷. 나도 함.
엄청 큼.
배가 등가죽에 들러붙을 정도로 고팠기 때문에, 일단 먹자마자 맛있다고 느낌.
그래서 정확한 표현은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쥐어짜보면 소스가 알던 맛보다 덜 새콤하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좋았다..
결국 돈까스가 남아 셀프포장 해 왔다...
집에서 다시 먹었는데, 여전히 맛있더라..
타르타르 소스가 뿌려진 새우튀김.
돈까스 먹고 배가 좀 차서 그런지, 이것은 굳이 안 시켰어도 될 것 같다.
그냥 돈까스를 남기지 말고 다 먹자는게 내 생각.
냉라면. 냉(라)면.
냉면육수에 쫄면소스 (아니면 비빔냉면장) 고런거 넣은 맛.
물쫄면에 쫄면대신 라면사리 넣은 맛?
(몇 년 전에 물쫄면 포스팅했는데 그 맛이 떠오름)
돈까스 먹고나서 상큼하게 입가심이 가능하긴 한데, 나는 궁금증 풀어본 걸로 만족하기로 함.
근데 나 치즈돈까스 진짜 너무 궁금해....ㅠㅠ
그렇다고 오픈런을 또 할 자신은 없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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