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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먹고/카페

[서울 홍대] 알디프 티 바&라운지_2019가을시즌 티 코스 3만원

by jooo_nim 201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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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이 곳에 대해 얘기할 때 반팔차림이었던 것 같은데, 예약 못잡고 약속시간 맞추기 힘들고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결국 패딩 입고 찾아 옴.

티를 코스로 즐긴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아예 없었던 개념인지라 신기하기도 하고, 뭔 홍차를 3만원이나 주고 마시냐 하는 생각도 들고, 과연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최대 7명 예약 가능인데, 우리는 6명이었기 때문에 (나중엔 5명이 되었지만) 한 달 전인가 해서 정말 일찌감치 예약했음. 

블로그를 미리 본 친구 말로는 물배차는 게 무슨 느낌인지 실감할 수 있다더라 라고 함.


워낙 순식간에 다섯 잔을 마신지라 향이 막 섞여서 가물가물하지만, 최대한 기억을 짜내어 글을 써보겠음.



홍대입구 7번출구에서 나와서 그 길 따라 쭉 걷다가 "광"이라는 간판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건물에 적혀있는 알디프.

와.. 건물 하나가 다 카페인가봐... 

대충 봐서 잘 모르지만, 1층이 카페고 2층은 작업실 같았음.

3,4층은 불이 꺼져있던데 뭔지 잘 모르겠음.

들어가니 예약하신 다섯 분이냐며 미리 알아봐주셨고, 안쪽 자리에서 잠시 기다려달라 하심.

나는 그 자리에서 차를 마시는 건가 했는데, 갑자기 테이블바로 소환하심.

그제서야 여기가 티 바(BAR)였다는 걸 깨달음.


계절별로 주제를 다르게 해서 코스를 운영한다고 함.

12월 1일까지 가을 테마인데, 이번 테마는 문학동네랑 콜라보한.. 그.. 뭐더라.. 아무튼 책도 소개하고 그 책과 어울리는 차를 제공한다고..

여름에는 라마마 타로? 했다고 했음. 지나간 주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타로 재밌었겠다...

겨울 주제는 기억 안 나는 걸 보니 안 알려줬던 것 같아요..


촬영 되냐 여쭤보니, "메뉴판도 메뉴도 다 찍어도 된다, 각 안나오면 직원에게 비켜달라고 하셔도 된다, 셀카찍어도 되고 원하시면 사진도 찍어드리겠다." 등등 꽤나 관대하게 응해주심.


메뉴는 3만원에 5가지 차와 푸드까지 나오는 코스, 18000원에 3가지 차가 나오는 미니코스가 있었고, 언제 또 올지 모르기 때문에+음식을 주기 때문에 모두 3만원 코스로 했음.


1. 작은마음동호회 _윤이형 (책 소개를 집중해서 듣는다고 들었는데, 2시간 동안 뒤죽박죽 되어서 생략하겠음)

TEA: 밀키 애프터이미지 (미디움카페인)

얼죽아들을 위해 아이스티도 제공해 줌. 나는 얼죽아가 아닌데 이상하게 그 날따라 찬물이 먹고 싶더라...

이름처럼 우유향이 아주 은은하게 슥 났다가 금방 흩어진다고 함.

다른 친구들 다 우유향 맡았을 때 나만 못 맡음..

차가워서 안 느껴지는 줄 알고, 옆 친구의 뜨거운 차도 마셔봤는데 모르겠음...ㅎㅎ

설명 안 듣고 마셨으면 그냥 녹차물인 줄 알았을거야...

웰컴티인만큼 정말 가벼웠음.


2. 내게 무해한 사람_최은영

TEA: 경화수월(고카페인), 리스 브렉퍼스트(고카페인)

따뜻한 차 위에 팥크림을 올려 줌. 

팥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기대 안했는데, 팥도 완전히 곱게 갈려있고 크림이 별로 달지도 않고, 담백하니 맛있었음.

차에 시럽이 안 들어있어서 원하면 홍차시럽도 넣어준다기에, 절반 정도 마시다가 시럽 부탁드림.

그리고 마셨더니 아는 달달한 밀크티 맛! 

계절마다 크림이 다르다고 하기에 지난 크림은 뭐였냐 여쭈니 복숭아크림이었다고 함.

나와 내 친구들 모두 "복숭아...!" 하며 앓는 소리 냄.

그럼 겨울은 뭐냐 여쭈니 안알랴줌ㅋ

우리끼리 "귤 아냐 귤? 고구마인가?" 하며 온갖 추측을 해보았지만, 결국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3. 오직 한 사람의 차지_김금희

TEA: 리스 브렉퍼스트(고카페인)

3번 코스 고르는 데 진짜 오래 걸림.

본식이라면 본식인데,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너무 많았음.

가을한정도 끌리고, 칵테일도 끌리고, 읽는 것 마다 다 궁금함.

그래서 고심끝에 친구가 고른 건 얼음과 불의 밀크티라는 크림브륄레 밀크티.

덕분에 불쇼 구경함.

뜨거운 티 마시다가 설탕 바삭바삭 씹히니 오.... 

3. 오직 한 사람의 차지_김금희

이건 내꺼. 스파클 샹들리에. (무슨 홍차인지 모름. 카드 안 받음)

뭣모르고 밑에 기둥 잡았다가 입도 대기 전에 쏟았고요...ㅋㅋㅋㅋ 

사실 이런건지 몰랐음. 입구에 묻은 설탕이랑 같이 마시니 달달하고 상큼하고 개운하고... 베스트인데는 이유가 있는 것.

앞에 팥크림 마시고 이거 먹으니 약간 정화되는 기분도 남. 굳이 비교하자면 고급스러운 립톤 아이스티 같기도 한 것이..

단점이 있다면 차가우니까 잔에 물이 생기는데, 입구에 묻은 설탕이랑 같이 녹아내려서 손이 엄청 끈적해짐. 괜히 물티슈를 같이 준게 아니었음.


그리고 같이 나온 푸드.

생.. 무슨 크래커.. 생호밀..?? 에 크림치즈와 말린 무화과와 꿀 뿌린 과자.

원래 무화과는 생이든 건조든 손도 안 대는데 막상 먹어보니 쫀득하고 맛있더라...

크림치즈 싫어하면 아몬드 스프레드로 발라준다는데, 난 크림치즈 사랑함.

그리고 비상이 왔습니다... 과자까지 함께 먹으니 배가 불러요... 아직 두 잔 남았는데 배가 불러요..

물배 차는 게 이런 느낌인 것이었어요...


4. 지구에서 한아뿐_정세랑

TEA: 비포선셋(카페인프리)

설명에 "계란 흰자와 차를 셰이킹..." 계란이요????

계란 흰자로 머랭을 치는 건가, 계란 비린 내 안 날까.. 근데 앞에 마셨던 샹들리에랑 너무 비슷한 것 아닌가..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음.

하지만, 결코 샹들리에와 같지 않으니 걱정 말라 하심.

..같진 않은데요... 뭔가 맥락은 비슷해요.. 근데 미묘한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이 차가 내 베스트 됨ㅋㅋㅋㅋㅋ

신기하게 계란 흰자 비린내 1도 안 남.

"흰자 비린내도 안 나고 맛있네요!" 라고 했더니, 뒷 이야기를 쪼금 풀어주심.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이랑 어울리는 레시피를 못 찾겠어서 칵테일 바를 갔는데, 계란 흰자를 넣는 걸 봤다며 우리도 이거다 하고 넣어봤는데, 맛있어서 메뉴에 채택됐다고 함.

하지만 첫 날 개시해보니 셰이킹이 너무 힘들었다고... 그래도 제일 맛있었어요bb.


5. 디어랄프로렌_손보미

TEA: 샹들리에(고카페인), 바디 앤 소울(카페인프리)

샹들리에 시향했는데, 향기 대박. 상큼하고 달달하고 무슨 과일청 같았음. 사이다에 타 마셔도 맛있다고 함.

어떤 친구는 10개들이 티박스 하나 사 갔고, 나도 살까말까 꽤 고민했지만 결국 사진 않았음.

시나몬슈가랑 버터가 들어간, 사과파이 같은 디저트 티.

아까는 흰자더니 이번엔 버터..?? 하지만, 앞에 계란 흰자로 성공의 맛을 봤기에 버터도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기다림.

원래 레시피에는 넛맥도 뿌려준다는데, 넛맥이 호불호가 너무 갈려서 추가요청하는 사람만 뿌려준다고 함.

그리고 이 차는 호불호가 엄청 갈렸음. 

한 입 마셨을 때 나는 버터맛은 잘 못 느꼈고, 그냥 생강향이랑 계피향이 좀 나는 깔끔한 차 같다고 했는데, 내 양 옆에서 친구들이 "버터가.. 느끼해.... 넛맥 좀 주세요...ㅎ" 라며, 모두 넛맥을 뿌려먹음.

톡 쏘니까 좀 나았다고 함.

다 마셔갈 쯤 갑자기 단 맛이 남. 문득 꿀이었나 시럽을 넣었으니 중간중간 흔들어 드시라는 얘기가 기억났음.

사실 사과파이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달달하니 무슨 한방차를 마시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2시간 코스가 끝남.

아마 1리터 쯤 드셨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잔 당 200ml 까지는 안 나왔을 것 같고 그래도 총 500ml 이상은 마셨을 것이라고 생각 됨.


홍차를 칵테일처럼 즐긴다는게 일단 엄청 새로웠고요, 개인적으로 3만원이 그렇게 아깝지 않았음. 

다만, 내 위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으로 즐기려면 미니코스에 정말 마시고 싶은 차 1잔 정도 추가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나 싶기도 함.

처음이라 일단 풀로 즐기겠다고 욕심을 좀 내었더니, 화장실 엄청 갔음.

6가지 홍차 중에 3가지가 고카페인이었는데도 심장 벌렁벌렁 안 함. (평소에 진한 커피 한 잔 마시면 심장 벌렁거리는 사람)


친구 덕에 좋은 경험 했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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